광야의 식탁 — 대천덕·현재인 부부가 예수원을 세우기까지
1965년, 서울 신학교를 떠나 강원도 산골로 들어간 대천덕(Archer Torrey) 신부와 현재인(Jane Grey Torrey) 사모. '하나님이 광야에서도 식탁을 차리실 수 있겠는가?'라는 시편의 질문에 대한 그들의 응답이 예수원이 되었다.
신학교에서 산골로

They said, Can God furnish a table in the wilderness? — Psalm 78:19
강원도 깊은 산을 따라 구불구불한 길을 오르고, 가파른 오솔길을 올라가면, 나무들 사이에 자리 잡은 특별한 곳이 나타납니다. 강원도 태백 덕항산기슭에 있는, 범상치 않은 수도원 '예수원(Jesus Abbey)'입니다.
대천덕 신부(Archer Torrey III)와 현재인 사모(Jane Grey Torrey)는 서울의 성미가엘신학교(지금의 성공회 대학교)에서 거의 7년을 보낸 후, 어느 날 같은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책으로만 신학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 커리큘럼은 영국에서 상을 받기도 했지만, 학생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지는 못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의 세 가지 실험실'이라는 이름의 이 커리큘럼은 하나님과의 관계, 동료 그리스도인과의 관계, 세상과의 관계를 다루었지만, 결국 이론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대천덕 신부의 비전
현재인 사모는 작은 마을에 가서 교회를 처음부터 세우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대천덕 신부의 생각은 더 담대했습니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광야로 나가, 농장과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만들어, 신학교에서 이론으로만 말했던 실험실을 직접 살아보자."
현재인 사모는 물었습니다. "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깊은 산골로 가야 하나요?"
대천덕 신부는 대답했습니다.
"도시의 친구들이 소음과 더위를 피해 산의 시원함을 누릴 장소가 필요할 것이다. 찾아오기 어려운 곳이라면, 진정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만 올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을 어디서 찾겠는가?"
하나님이 사람을 보내실 것이다
"이렇게 외진 곳에 누가 오겠어요?" 현재인 사모가 걱정하자, 대천덕 신부는 말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들과,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을 보내실 것이다. 성령님이 맞는 사람은 보내시고, 맞지 않는 사람은 돌려보내실 것이다."

1965년 5월 10일 — 기도가 응답되다
대천덕 신부와 아들 벤(Ben)은 1965년 봄, 강릉 북쪽부터 속초, 제주도까지 여러 외진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조건은 분명했습니다. 멈추지 않는 시냇물, 전기, 도로 접근성, 그리고 그림 그릴 만큼 아름다운 풍경.
열흘 뒤, 편지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마침 그들이 기도하던 5월 10일에 예수원에 딱 맞는 장소를 찾았다는 소식. 땅 주인이 값을 너무 높게 불러 포기하려 했지만, 동행했던 요한이 버스도 없어 목재 트럭을 얻어 타고 다시 찾아갔습니다.
"권리 문제가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그냥 와서 땅을 쓰고 집을 지으시오."
130명의 환영 잔치
1965년 12월, 예수원으로 이사하자 60여 명이 산길을 올라 짐을 나르러 왔습니다. 크리스마스 이틀 뒤 마을 어른들 초대 잔치에 16명을 예상했는데, 130명이 찾아왔습니다! 대천덕 신부는 한복을 입고 산에서 하나님과 함께하겠다는 비전을 전했습니다.
오,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풍요여! 그분의 판단은 헤아릴 수 없고, 그분의 길은 찾을 수 없도다. — 로마서 11:33
이 글은 현재인(Jane Grey Torrey) 사모의 저서 "At the Table in the Wilderness"(광야의 식탁, 2005)의 1~4장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